내가 찾는 것은 이런 책이었다
그것을 찾기 위해 나는 차근차근 나아가는 줄 알았다. 찾지 못하는 것을 찾으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대한 꿈을 그려놓고 하루의 할 일을 무시하고 말았다. 그 길에는 내가 미뤄둔, 작은 행동들이 해야할 일이란 이름으로 흔적만 남아 있었다. 미래로 향하는 길이 현재를 토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내가 그 책을 찾을 수 없던 이유였다.
내가 찾는 것은 이런 책이었다. 나를 괴롭히는 질문들에 대하여 한 번에 시원하게 답변해주는 한권의 책. 그러면 모든 것이 영원히 정착될 것이고, 나도 아무런 방해나 장애없이 내 인생의 패턴을 추구해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읽고 또 읽었다.
It was some such book as this that I sought, a book that would answer once for all the questions that puzzled me, so that, everything being settled for good and all, I could pursue the pattern of my life without let or hindrance. I read and read.
그들의 학식, 그들의 논리, 그들의 분류방식에도 불구하고 철학자들이 이성적인 근거에 의해서 이러저러한 신념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질이 그런 신념을 그들에게 강요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서로 어떻게 그토록 다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어디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인간이 선택해야할 철학은 그가 어떤 인간인지에 달려있다는 피히테 Johann Gottlieb Fichte 의 말을 읽었을 때 나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을 발견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에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진리가 없고, 단지 개인이 지닌 개성의 범위 내에서 동의할 수 있는 진리만 있다면, 내 추구의 범위를 좁혀서 나와 같은 기질을 가진 철학자의 사상 체계를 찾아보면 되는 것이었다. 그 철학자가 나를 괴롭히는 질문들에 내놓는 답변들은 내 기질에 맞는 유일한 대답일 것이므로 나를 만족시킬 터였다.
… It seemed to me then that if there was in philosophy no universal truth that everyone could accept, but only a truth that agreed with the personality of the individual, the only thing for me was to narrow my search and look for some philosopher whose system suited me because I was the same sort of man that he was. The answers that he would provide to the questions that puzzled me must satisfy me because they would be the only possible answers to fit my humour.
마침내 나는 내가 원하는 단 한 권의 완벽하고 흡족한 책은 결코 발견하지 못 하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책은 결국 나 자신의 표현일테니까. 그래서 분별보다는 용기를 앞세우며 나는 그 한권의 책을 직접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 나는 그 책이 나 자신 이외에는 별 가치가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직업 철학자보다 더 충만한 삶을 살았고 또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한 사색적인 사람의 영혼(나는 더 좋은 말이 없어서 이렇게 쓴다)에 대하여 일관된 초상화는 제공할 것이었다. 나는 형이상학적인 명상을 할 재주가 내게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여기저기서 내 마음에 드는 이론들을 수집해 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 본능, 느낌, 뿌리 깊은 편견도 만족시키는 이론이어야 했다. 사실 편견은 인간 내부의 아주 친밀한 부분이어서 본능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 이론들로부터 내게 적합한 체계를 구축하여 그것을 내 인생행로의 나침반으로 삼으려 했다.
… At last I came to the conclusion that I could never find the one, complete and satisfying book I sought, because that book could only be an expression of myself. So with more courage than discretion I made up my mind that I must write it for myself. … I meant to take from here and there theories that satisfied not only my mind but, what I could not but think more important than my mind, the whole body of my instincts, feelings and deep-rooted prejudices, the prejudices that are so intimate a part of one that they can hardly be distinguished from instincts; and out of them make a system that would be valid for me and enable me to pursue the course of my life.
출처 : 책 ‘서밍업 The Summing Up’ by Somerset maugham